어릴 적 빨강머리앤 만화를 즐겨봤다. 아직도 만화 주제곡이 입가에 맴도는 것을 보면 그 시절 그 만화를 보면서 즐거웠던 순간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마음속 빨강머리앤은 그 당시 만화 속 주인공 이미지로 남아있다. 빨강머리앤의 굿즈를 살 때도 만화 속 그 모습이 아니면 어딘가 어색하고 빨강머리앤이 아닌 것처럼 느끼는 것을 보면 나에게도 외골수적인 모습이 있나 보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올 때도 표지가 내가 기억하는 앤이기 때문에 빌려왔다. 2년 전쯤 자기 전에 유튜브로 만화 빨강머리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었는데, 그때의 여운과 어릴 적 추억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만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읽어서 그런지 줄거리를 알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매슈 아저씨의 죽음은 만화로 볼 때도 글을 읽을 때도 슬픔으로 다가왔다. 읽는 내내 즐거움을 준 빨강머리앤. 다음에는 앤 시리즈의 속편들도 읽어보고 싶다.

 

오래 간직하고 싶은 책 속 문구

, 두 분 다 잘해 주려고 하셨어요. 될 수 있는 한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려고 하셨을 거예요. 잘해 주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그 사람이 항상 잘해 주지 못해도 괜찮잖아요. ”(P.82~P.83)

 

어쨌든 모험을 해 보기로 했으니,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P.95)

 

그 아주머니는 저한테 못생긴 빨강 머리라고 말할 권리가 없어요.”(P.128)

 

, 마닐라 아주머니, 뭔가를 기대하는 건 그 자체로 즐겁잖아요. 어쩌면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대할 때의 즐거움은 아무도 못 막을걸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자 복 받을지어다. 왜냐하면 결코 실망할 일도 없으니라고 말씀하시지만,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쁜 거 같아요.”(P.174~P.175)

 

아주머니, 내일을 생각하면 기분 좋지 않나요? 내일은 아직 아무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로운 날이잖아요.”(P.310)

 

그러나 구석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던 매슈는 마릴라가 자리를 뜬 뒤 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수줍은 듯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의 낭만을 다 버리진 마라, . 낭만이 조금 있는 건 좋은 거란다. 물론 너무 많으면 곤란하지. 하지만 조금은 남겨두렴. 조금은 말이다.”(P.397)

 

오늘 저녁은 꼭 보랏빛 꿈같지 않니, 다이애나? 살아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는 늘 아침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저녁이 되면 또 저녁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단 말이야.”(P400)

 

아주머니.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그런 나쁜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이제는 조금씩 알 거 같아요. 어릴 땐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소원들도 막상 이루어지면 상상했던 절반만큼도 멋지거나 신나지 않는 거 같아요.”(P.407)

 

정말 멋진 시간이었어요. 제 평생의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P.411)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고 이 세상에서 뭔가를 얻거나 취하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야망을 품는 건 가치 있는 일이지만 노력과 절제, 불안과 좌절이라는 합당한 대가 없이는 거저 이룰 수 없다.(P.491)

 

글쎄다. 남자아이 열두 명을 준대도 너와 바꾸지 않을 게야, . 잊지마라. 남자아이 열둘보다 네가 나아. 에이버리 장학생이 남자아이는 아니었지, 아마? 여자아이였는데, 우리 딸, 자랑스러운 내 딸 말이다.”(P.498)

 

퀸스를 졸업할 땐 미래가 곧은길처럼 제 앞에 뻗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중요한 이정표들을 수없이 만날 것 같았죠. 그런데 걷다 보니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모퉁이를 돌면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 가장 좋은 게 있다고 믿을래요. 길모퉁이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아주머니. 모퉁이 너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하거든요.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그림자가 기다릴지,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지, 어떤 새로운 아름다움과 마주칠지, 어떤 굽잇길과 언덕과 계곡들이 나타날지 말이에요.”(P.518)

 

퀸스에서 돌아와 창가에 앉았던 그날 밤 이후로 앤 앞에 놓인 미래의 지평선이 좁아졌다. 하지만 발 앞에 놓인 길이 좁아진다 해도, 앤은 그 길을 따라 잔잔한 행복의 꽃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실한 노력과 훌륭한 포부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다는 기쁨이 앤에게 깃들었다. 그 무엇도 타고난 앤의 상상력과 꿈이 가득한 이상 세계를 빼앗을 수 없었다.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었다!(P.524)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스치듯 이 책과 만났다. 지나가면서 이기적’, ‘1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이 책을 일주일 뒤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책을 소장하고 싶고 주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로 건네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우선 책 속에 정말 좋은 질문들이 많이 담겨있다. 그 질문에 진지하게 답을 해나가다 보면 미처 자신도 몰랐던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자기 얘기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적인 점이라 생각한다. 인생에서 방향을 잃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에게..현재 삶에 불만족스러운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시금 들여다보고 싶은 책 속 문구

 

그럼에도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썼듯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다 빼앗더라도 한 가지는 남는다. 주어진 상황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선택할 자유, 자기 방식을 결정할 자유가 그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어떻게 대처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자율권은 더 크다. 상황은 바꿀 수 없을지 몰라도 마음가짐은 바꿀 수 있다.(P.45)

 

마음을 쓴다는 건 살아 있음이 궁극적인 선물이라는 걸 기억하는 거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안다면 더 조심스럽게 그 시간을 보내게 되요. 전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이게 정말 중요한가? 장기적으로도 중요할까?’라고.”(P.64)

 

그 이후 내 계획이 어떻게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설명하는 훼방꾼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이 사람의 의도는 뭐지? 나를 걱정하는 걸까, 아니면 나보다는 자기 입장을 먼저 염두에 두는 걸까?’라고 되묻곤 했다.(P.81)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 불안은 자신의 발전 잠재력과 대면했다는 신호이다. 좌절하게 하는 일이 아닌, 불안하게 만드는 일을 하라.(P.112)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는 방법은 눈앞의 것들을 처음인 양 혹은 마지막인양 바라보는 것, 감각을 총동원해 느끼는 것, 그리고 살아 있음에 진정으로 감사하는 것이다.(P.165)

 

심리학자인 내 친구 다이앤은 아이들이 내린 사랑의 정의에 대해 내게 이야기해준 바 있다. 아이들은 사랑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좋은 시간, 좋은 삶을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에 꼭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줘라. 귀를 열고 시선을 줘라. 그것이면 충분하다.(P.198)

 

꿈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싶은가? 언젠가가 아닌 오늘 비전 공유 모임을 만들어라. 친구들을 초대하라. 오래된 잡지들을 공짜로 혹은 싼값에 구해 쌓아놓고 참석자들이 가위와 풀을 사용해 비전을 마분지에 표현하게 하라. 신나는 음악을 틀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라.(P.211)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 더 행복해지고 싶다면 속마음 감추는 일을 중단하라.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말하라. 처음부터 말이다. 그러면 남들이 당신 마음을 읽느라 애쓸 필요도, 당신이 남들 마음을 알아내려 할 필요도 없다.(P.257~258)

 

행복한 삶은 지금 여기 존재하는 것다음 기회로 다가오는 것사이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P.317)

 

의미 있는 과거(감사할 무언가), 의미 있는 현재(경험하고 느끼며 현재 순간에 새겨지는 무언가) 그리고 의미 있는 미래(기대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세상의 모든 최고를 누린다 볼 수 있다.(P.319)

 

여태껏 중국인 작가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이 책을 빌리게 된 계기는 작가를 먼저 알게 된 덕분이다. 친한 친구로부터 자신의 인생 책이라 손꼽는 인생을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의 저자가 위화였다. 그렇게 한번 위화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두 번째는 문유석 판사 저의 쾌락독서를 통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라는 책을 알게 되어 읽어보고 싶어 찾아보니 위하 작가의 책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인연이 닿아 위하저의 허삼관매혈기를 빌리게 되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파는 얘기이다. 처음 피를 판 돈의 사용처는 아내 허옥란과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두 번째 피를 판 돈은 첫째 아들이 사고 쳐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피를 팔았고, 세 번째는 자신의 아내 후보자에 있었던 임분방을 위해 그리고 네 번째는 가족의 끼니를 위해 다섯 번째는 첫째 아들 일락의 비상금을 위해 여섯 번째는 둘째 아들 이락의 생산 대장에게 접대하기 위해 일곱 번째는 일락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져도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해 아들이 입원한 상해 병원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몇 번이고 판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을 위해 피를 팔고자 할 때는 거절당하면서 허삼관의 매혈기의 막이 내린다.

 

허삼관의 피를 파는 여정은 허삼관의 인생 여정기이다. 땀을 흘려 번 돈과 피를 흘려 번 돈의 값어치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허삼관에게 는 자신의 생명과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첫째 아들 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후 가족의 끼니를 위해 피를 판 돈으로 일락에게는 고구마를 사줄 수는 있으나 국수를 사줄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그에게 가 상징하는 바는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자라대가리라는 수군거림을 받는 그가 첫째 아들을 진정한 자기 아들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국수를 사주는 장면, 자신의 살을 베어 피를 흘림으로써 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허삼관의 인생을 들여다보니 웃기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했다. 피를 판 돈으로 첫째 아들만 빼고 국수를 먹으러 가는 치졸한 모습, 두 아들에게 하소용의 두 딸을 강간하라고 당부하는 비열한 모습도 있지만,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개의치 않고 피를 파는 애절한 부정을 가진 모습 및 증오하는 하소용을 위해 아들 일락을 설득하는 인간적인 모습 등 작가는 다양한 사건 속에 던져진 허삼관을 묘사한다. 소설의 매력이 바로 이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습관에 관한 책이 서점가에서 주목받고 있는 요즘인 것 같다. 나 역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빌리게 됐다. 예술가는 어떤 습관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내 생활에 접목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예술가의 하루에서 찾아낸 결정적 습관들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쏙 들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기대감 내지 호기심으로 가득했는데,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읽었던 것 같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여성 예술가를 조명한 것 자체는 좋았지만 친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입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일대기를 축약해놓은 것에 가깝지 결정적 습관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131명의 예술가의 습관 중 단 하나의 습관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배우고 싶은 습관

 

도리스 레싱- 전기 작가 캐럴 클라인은 레싱이 하루에 최소 7000단어를 목표량으로 잡아놓았기 때문에 막연하게 글을 쓰는 모든 나날들이 놀랍도록 생산적일 수 있었다고 한다. (P.29)

 

옥티비아 버틀러-그때마다 버틀러는 쓰고 싶은 기분이 나든 안 나든 매일 글을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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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저의 책을 빌렸다. 제목만 연애의 행방이지 내용은 추리소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어보니 8명의 등장인물을 둘러싼 연애 및 결혼에 관한 얘기였다.


 스키장을 배경으로 한 4팀의 커플 이야기. 처음에는 단편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읽어나가면서 등장인물들이 서로 관계가 있고 그 속에서 반전이 있었다. 술술 읽힌다는 표현이 적절한 장편소설. 개인적으로 모모미와 히다 커플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작가는 궁금증만 던진 채 소설을 끝내버려 아쉬웠다. 독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이 커플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주길 기대해 본다.


 소설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P.268)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커플의 특징 중 하나가 배우자의 장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라는 문구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나 좋은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이 존재한다. 다만 내가 상대방의 어느 면을 더 부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문제일 뿐, 사람이 좋고 나쁨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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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이해인 수녀님의 시·산문집을 읽었다. 시는 항상 어렵다고 생각해서 잘 읽지 않았는데 시와 산문을 엮은 책이라 그런지 왠지 빌리고 싶었다. 마음을 끄는 책이 사람마다 다른 것을 보면 책을 만나는 일도 참 소중한 일이구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간직하고 싶은 문구는 노트에 적고 음미하면서 읽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시를 통해 타인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는데,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읽는 동안 공감과 함께 감동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와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제 시와도 친해질 준비가 된 것 같다.

 

읽으면서 좋았던 시 그리고 글귀

 

함께 사는 일이 아름답고 평화롭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른 이의 먼지 묻은 신발을 깨끗이 닦아주는 맘으로 상대의 약점을 참아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P.31)

 

가장 가까운 사이라 기대가 크니 그만큼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쉬운 관계, 그래서 용서하고 화해하는 용기, 기다리고 인내하는 용기가 매 순간 필요한 관계가 바로 가족인 것 같습니다.(P.73)

 

감정 조절을 못해 가시 돋친 말로 상대방을 찌르기보다는 그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쪽으로 순하게 마음을 길들이니 이내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가시 속에도 향기를 뿜어내는 장미! 장미의 아름다움을 예찬만 하지 말고 내가 삶에서 한 송이 장미가 되기로 선한 다짐을 해보는 이 앙침, 장미를 닮은 고운 환의심이 한 송이 피어올라 슬며시 웃어 봅니다(P.83)

 

말을 잘못 전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화를 만들지 않는 것, 어느 자리에서나 중간 역할을 잘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 역시 중심을 잘 잡는 일일 것입니다. 곁에 있는 가족, 친지, 이웃을 골고루 사랑하며, 일터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손님들을 차별 없이 대하며, 일상의 시간들에 감사하며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곧 중심을 잘 잡는 일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기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P.123)

 

찾으면서 떠나는 여행길

 

우리의 삶은
늘 찾으면서 떠나고
찾으면서 끝나지

 

진부해서 지루했던
사랑의 표현도
새로이 해보고


달밤에 배꽃 지듯
흩날리며 사라졌던
나의 시간들도
새로이 사랑하며
걸어가는 여행길

 

어디엘 가면
행복을 만날까

 

이 세상 어디에도
집은 없는데······

 

집을 찾는 동안의 행복을
우리는 늘 놓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여행길에서⌟⌈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P.195~196)

 

수녀님의 삶에서 건진 가장 귀한 깨우침은 무엇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라고 할까요. 지금도 저는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데요.
제가 쓴 ⌜시간의 얼굴⌟이란 산문시에 ‘죽음이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린다 해도 진실히 사랑했던 그 시간만은 영원히 남지’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 말을 넣어 누가 엽서를 만들어주었는데 되풀이해 읽으면서 ‘그래. 내가 죽더라도 살아서 남겨 놓은 사랑은 죽지 않는 거야.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게 바로 사랑인 거야’하는 생각을 합니다. 며칠 전 어머니의 묘소에 가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고 죽어서도 그 사랑은 자신이 사랑을 주고받던 이들 안에서 계속되는 신비라고! (P.218~219 : 수녀님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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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소설만큼 즐거운 일도 없는 것 같다. 재밌는 소설을 일상 속에서 만나는 것만으로 기대감 내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니 이런 일상 속 행복이 ‘소확행’이지 싶다.


모순은 ‘안진진’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일인칭 시점에서 자신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 가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쌍둥이 이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사랑, 삶, 행복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했고 그 능력을 부러워하면서 읽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도 어려운 나에게 제목부터 추상적인 단어인 ‘모순’을 이야기 속에서 풀어내는 그 능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노력덕분일까? 라는 생각도 간간히 하면서 ...


소설도 즐겁게 읽었지만 책에 담겨있는 ‘작가의 노트’ 또한 이 책에서 소설만큼이나 좋았던 부분이다. 작가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찾을 때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기를 꿈꾸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며 책에 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하고 이만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부분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나의 인생에 있어 ‘나’는 당연히 행복해야 할 존재였다. 나라는 개체는 이다지도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꼭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P.22)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P.157)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P.188)

 

처음 진모를 보면서 어딘가 달라졌다고 느꼈던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나는 포기했다. 숨겨놓은 치부를 고백하고 있는 마당에도 자신도 모르게 육성 대신 가성을 사용하고 있는 진모. 무엇이 육성이고 무엇이 가성인지 분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면 분별을 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 이제는 그렇게 사는 일만 남은 것이었다.(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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