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중국인 작가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이 책을 빌리게 된 계기는 작가를 먼저 알게 된 덕분이다. 친한 친구로부터 자신의 인생 책이라 손꼽는 인생을 추천받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의 저자가 위화였다. 그렇게 한번 위화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두 번째는 문유석 판사 저의 쾌락독서를 통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라는 책을 알게 되어 읽어보고 싶어 찾아보니 위하 작가의 책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인연이 닿아 위하저의 허삼관매혈기를 빌리게 되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파는 얘기이다. 처음 피를 판 돈의 사용처는 아내 허옥란과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두 번째 피를 판 돈은 첫째 아들이 사고 쳐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피를 팔았고, 세 번째는 자신의 아내 후보자에 있었던 임분방을 위해 그리고 네 번째는 가족의 끼니를 위해 다섯 번째는 첫째 아들 일락의 비상금을 위해 여섯 번째는 둘째 아들 이락의 생산 대장에게 접대하기 위해 일곱 번째는 일락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져도 피를 팔아 돈을 마련해 아들이 입원한 상해 병원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몇 번이고 판다. 그리고 마지막 자신을 위해 피를 팔고자 할 때는 거절당하면서 허삼관의 매혈기의 막이 내린다.

 

허삼관의 피를 파는 여정은 허삼관의 인생 여정기이다. 땀을 흘려 번 돈과 피를 흘려 번 돈의 값어치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허삼관에게 는 자신의 생명과 동일시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첫째 아들 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후 가족의 끼니를 위해 피를 판 돈으로 일락에게는 고구마를 사줄 수는 있으나 국수를 사줄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그에게 가 상징하는 바는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자라대가리라는 수군거림을 받는 그가 첫째 아들을 진정한 자기 아들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국수를 사주는 장면, 자신의 살을 베어 피를 흘림으로써 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허삼관의 인생을 들여다보니 웃기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애절하기도 했다. 피를 판 돈으로 첫째 아들만 빼고 국수를 먹으러 가는 치졸한 모습, 두 아들에게 하소용의 두 딸을 강간하라고 당부하는 비열한 모습도 있지만,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개의치 않고 피를 파는 애절한 부정을 가진 모습 및 증오하는 하소용을 위해 아들 일락을 설득하는 인간적인 모습 등 작가는 다양한 사건 속에 던져진 허삼관을 묘사한다. 소설의 매력이 바로 이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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