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을 넘어 서른 후반에 접어든 지금 마흔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흔을 맞이한다 생각하니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공부라니... 마음도 공부해서 배울 수 있는 거라면 이 책을 통해 배우고 싶었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데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남들도 다를 것 없구나....라는 생각 하나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인생의 행복은 물질적 만족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있구나....라는 생각 둘

 

잔잔하면서도 배려심 깊은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내 마음도 위로받은 것 같아 좋았다.

 

책 속 문구 발췌

 

자기가치 확인 이론에 따르면 자존감에 위협을 느낄 때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학계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된다면 내가 매우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나 정말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중략) 자아의 가치가 시대와 충돌하여 괴롭다면 내 안의 또 다른 자기에 주목하고 그것에 에너지를 쏟아부으세요. 인생의 과업은 내면에서 다수의 자기를 발견하고 그것에 빛을 비추는 일입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에너지를 쏟는 것입니다. (P.49)

 

불안한 사람도 강해질 수 있고 용감한 사람도 불안을 느낍니다. 불안이 클수록 용기도 커집니다. 불안이 나를 단련시켜 맷집을 키워주니까요. 까짓것이라는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막연한 불안, 두려운 상황에 대한 회피 따위는 이까짓 것들!’하고 옆으로 제쳐두고, 진짜 중요한 것을 그냥 해보는 겁니다.막상 부딪쳐보니 별것 아니네!’하는 체험이 쌓여야 불안에서 자유로워집니다.(P.73)

 

배우자가 자신의 모든 욕구를 100퍼센트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욕구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부도 많습니다.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배우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불만을 느낍니다. 사소한 잘못에도 상대를 비난하며 상처를 줍니다. 현실의 결혼생활은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열렬한 사랑도 행복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부부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실망하고 결혼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배우자를 비난하게 됩니다. (P.202)

 

결혼이 외로움과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과 결혼을 통해서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입니다. 사랑이 클수록 외로움도 커집니다. 사랑이 커질수록 결국은 서로가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P.203)

 

소통이 되었느냐 아니냐는 말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듣는 상대에 의해 결정됩니다. 상대가 나와 대화한 후 이해받았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소통이 된 것입니다.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폭력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랍니다. 자기 생각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폭력적인 행동입니다.(P.217~P.218)

 

결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화할 때 5:1 법칙을 따르면 좋습니다. 부부 사이에 하는 말 중에서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을 5:1의 비율로 하면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혹시라도 부부 사이에 부정적인 말이 오갔다면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말을 다섯 배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부관계가 긍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이 1:1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P.218)

 

누군가 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는 경험 자체가 치유입니다. 진지하게 듣는 것만 잘해도 문제의 절반은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P.225)

 

개인이 가진 뿌리 깊은 생각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생각이 잘못된 것처럼 보여도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나름의 이유와 합리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그것을 바꾸려고 덤벼든다면 어떨까요? 오히려 저항하며 자기 신념에 따른 행동을 더 많이 합니다. 심리적 역반응이 일어나고 불화는 오히려 더 커집니다. (P.236)

 

관계가 매끄럽게만 흐르면 새로운 관점과 인식은 생기지 못하고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도 생기지 않습니다. 성가시고 괴로워서 화도 나겠지만 갈등이 생길 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무슨 심리로 저런 말을 하지?’라며 의문을 품게 되고 이것이 인생에 대한 통찰로 이어집니다. (P.237)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내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지 않으며 개인을 길들이거나 통제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그나마 갈등이 조금이라도 줄어듭니다. 누구나 한계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 자기 삶에 만족하면 사람은 저절로 부드러워집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나의 행동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심리적 거리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타인에 대한 상냥함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바로 이런 겁니다. (P.238)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불행해집니다. 행복한 사람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고 타인과 세상에 에너지를 쏟습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생기를 잃습니다. 살맛은 세상을 향해 나를 던져넣을 때 생기는 법입니다. 마흔이 넘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겠지만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을 벗어난 무언가에 헌신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를 깨닫는 존재입니다.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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