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자기만족에서 시작한 블로그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내 글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개발행 버튼을 누를 때 언제나 약간의 긴장을 한다.
글을 솔직하게 썼는지, 허세가 들어간 것은 아닌지, 섣부른 선입견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차별적 표현을 쓴 것은 아닌지 등등 여러 부분을 나름 고민한 끝에 글을 밖으로 내놓는다. 내 블로그 일상노트 카테고리에 올린 ‘나무늘보’는 얼마나 더 고민했는지 모른다. 흔히 말하는 오글거리는 글 같아서.ㅎㅎㅎ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책 제목을 읽는 순간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동안 포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거기에 글쓰기에 필요한 마음가짐 내지 소소한 팁을 공유해주니 읽기 편하면서 지루하지 않은 책이었다. 자신에 대해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게끔 옆에서 응원해 주는 책. 누군가 나처럼 일상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기록하고 싶은 책 속 문구
나를 인터뷰하는 마음으로 쓰는 방식도 도움이 된다. 먼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행복하다, 기쁘다, 슬프다, 절망스럽다, 아프다, 끔찍하다’와 같은 표현을 의도적으로 덜 쓰고, 어떤 상황 속에 있는 나를 또 다른 내가 관찰하며 인터뷰하는 것,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 장면과 전개에 집중하면 담담하게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 아픔을 통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기쁨을 통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P.35~P.36)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한가,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글은 아닌가,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가 들어갔는가’와 같은 큰 줄기와 ‘주어와 동사가 연결되는가, 접속사와 조사·관용어가 과하지 않은가, 급하게 마무리 맺진 않았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쓰기의 법칙을 공유했다. (P.43~P.44)
좋은 글에는 정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 담겨있다. (P.60)
글쓰기는 단지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끈질긴 사유와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P.61)
쓰고 싶은 마음보다 숨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날이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글은 없다는 말을 곱씹는다. (P.94)
전설적인 글쓰기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쓴 나탈리 골드버그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이 책을 완성하는데 1년6개월이 걸렸어요. 적어도 절반은 처음 썼을 때 나온 것들이죠. 가장 힘든 싸움은 글 쓰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내가 과연 괜찮은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죠.” 아, 이 작가도 두려움과 싸우면서 책 한 권을 완성했구나. 나만 겪는 두려움이 아니었구나. 그럼에도 끝까지 책 한 권을 완성해서 내게 글을 선물한 그의 용기에 힘입어 나도 다시 용기를 내기로 했다. 한 사람의 용기는 여러 사람의 용기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의 내 용기도 누군가의 용기로 연결될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기로 했다. (P.98)
또다시 나를 불신하는 내가 불쑥 튀어나와 훼방을 놓으려고 하면, 내 가상의 매니저가 할 법한 말을 떠올린다. ‘자, 모든 건 먼지가 됩니다. 잔뜩 굳은 어깨에 힘을 푸세요. 지금 우리가 쓰는 글은 언젠가 먼지가 되고 세상에는 수많은 먼지 같은 말들이 떠다니다가 가라앉을 거예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해요. 나를 망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다른 말로 나를 망칠 권리는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 굳이 지금 그 권리를 써야겠습니까?’ (P.98~P.99)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세요. 내 몸이 머물렀던 공간, 기간, 대화, 움직임을 따라가며 써주세요. 그러면 글이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어요. (P.116)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용기,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좀더 솔직해지려는 노력, 머리에서 머물던 이야기를 손으로 옮겨 적어보는 실천. 이 세 가지는 꾸준한 쓰기를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 (P.121)
나는 ‘글이 나오는 삶을 살라’는 말은 평범하게 살지 말라는 말보다는 ‘일상에서 글을 길을 수 있는 안목을 기르라’에 다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P.238)
첫 시간에는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 지침을 참고해 몇 가지 사항을 공지한다. 독서와 필사 습관 다지기. 매주 한 편의 글을 완성해서 정해진 매체에 올리기. 다른 사람의 글에 피드백 남기기. 책을 읽을 때 감응한 부분, 글쓴이가 메시지를 전달한 방식에서 참고할 부분 공유하기.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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